
매년 돌아오는 직장인 건강검진이나 개인 종합검진 결과를 받아볼 때, 가장 가슴 철렁하게 만드는 항목 중 하나가 바로 '간수치'입니다. 결과지에 붉은 글씨로 'AST 수치 높음', 'ALT 수치 주의'라는 문구를 발견하면 덜컥 겁부터 나기 마련이죠. 평소 잦은 야근과 회식, 피로감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간 건강은 언제나 주의 대상 1호입니다.
이럴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바로 국민 간 영양제라 불리는 '밀크씨슬(Milk Thistle)'입니다. 주변에서도 간이 안 좋으면 무조건 밀크씨슬을 챙겨 먹으라고 조언하곤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의문이 생깁니다. "이미 간수치가 높아져 버린 상태에서 밀크씨슬을 먹어도 정말 안전할까요?" 오히려 간에 무리를 주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간수치(AST, ALT)가 높은 사람이 밀크씨슬을 복용해도 되는지, 그 팩트를 정확하게 체크하고 올바른 대처법까지 속 시원히 파헤쳐 보겠습니다.
목차
1. 간수치(AST, ALT)란 무엇인가? 수치의 의미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간수치는 혈액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간 효소의 농도를 의미합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AST(아스파르테이트 아미노전이효소)와 ALT(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입니다.
- AST (SGOT): 간세포뿐만 아니라 심장, 근육, 신장, 뇌 등 다양한 기관에 널리 분포하는 효소입니다. 간세포가 손상될 때 혈액 속으로 빠져나와 수치가 올라가지만, 심한 운동을 하거나 근육이 손상되었을 때도 상승할 수 있어 무조건 간의 문제라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 ALT (SGPT): 주로 간세포 내에만 존재하는 효소입니다. 따라서 AST에 비해 간 기능 이상을 판단하는 데 훨씬 더 직접적이고 예민한 지표로 사용됩니다. ALT 수치가 높다는 것은 간세포가 파괴되어 혈중으로 효소가 흘러나왔다는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정상적인 AST, ALT 수치는 대략 0~40 IU/L 범위입니다. 만약 검사 결과가 40을 넘어 50, 60, 혹은 그 이상으로 나왔다면, 현재 간세포가 어떤 원인에 의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파괴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반드시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2. 밀크씨슬(실리마린)의 진짜 효능
밀크씨슬은 서양 엉겅퀴의 일종으로,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간 질환 치료제로 사용되어 온 역사가 깊은 식물입니다. 이 밀크씨슬의 씨앗에서 추출한 핵심 유효 성분이 바로 '실리마린(Silymarin)'입니다.
실리마린은 매우 강력한 항산화 물질입니다. 간에서 대사 과정 중 발생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여 간세포의 세포막을 튼튼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여 손상된 간세포의 재생을 돕고, 간에 독소가 유입되는 것을 막아주는 방어막 역할도 수행합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이러한 실리마린의 효능을 인정하여 '간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는 기능성을 부여했습니다.

3. 팩트체크: 간수치 높은 사람, 밀크씨슬 먹어도 될까?
자, 이제 가장 궁금해하시는 핵심 질문에 대한 답을 내려보겠습니다. 간수치가 높을 때 밀크씨슬을 먹어도 될까요? 정답은 "수치가 높아진 '원인'과 그 '정도'에 따라 다르다"입니다. 무작정 먹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① 복용해도 좋은 경우 (경미한 간수치 상승)
만약 AST, ALT 수치가 정상 범위(40)를 약간 벗어난 50~100 사이이고, 그 원인이 가벼운 비알콜성 지방간, 잦은 야근으로 인한 만성 피로, 최근 잦았던 술자리 때문이라면 밀크씨슬 복용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실리마린의 항산화 작용과 간세포 재생 효과가 경미하게 손상된 간을 회복시키고 피로감을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연구 결과에서도 가벼운 간 기능 저하 환자가 실리마린을 꾸준히 섭취했을 때 간수치가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② 절대 복용하면 안 되는 경우 (급성 간염 및 심각한 간 손상)
반대로 간수치가 수백에서 수천 단위(예: 500 IU/L 이상)로 치솟은 상태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는 급성 A형/B형/C형 바이러스성 간염, 독성 간염, 약물 유발성 간 손상 등 간이 극심하게 파괴되고 있는 초응급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때는 간의 대사 기능이 바닥까지 떨어져 있습니다. 밀크씨슬과 같은 영양제나 약초 추출물 역시 우리 몸에 들어오면 결국 '간'에서 해독과 대사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미 너덜너덜해진 간에 밀크씨슬이라는 새로운 일거리를 던져주는 격이므로, 오히려 간에 과부하를 일으켜 '간 독성'을 유발하고 상태를 돌이킬 수 없이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다면 모든 영양제와 민간요법, 즙, 엑기스 복용을 즉시 중단하고 병원 치료에 전념해야 합니다.

4. 밀크씨슬 복용 시 주의해야 할 부작용 및 상호작용
밀크씨슬은 대체로 안전한 영양제이지만, 사람에 따라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올바른 섭취를 위해 다음 사항을 꼭 체크하세요.
- 위장관 장애: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 메스꺼움, 소화불량, 복부 팽만감, 설사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평소 위장이 약하다면 식후에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 알레르기 반응: 밀크씨슬은 국화과 식물입니다. 평소 돼지풀, 국화, 메리골드, 데이지 등에 알레르기가 있는 분들은 교차 알레르기 반응으로 두드러기, 가려움증, 발진이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 혈당 강하제와의 상호작용: 밀크씨슬은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당뇨병 환자가 혈당 강하제와 함께 복용할 경우 저혈당 쇼크가 올 위험이 있으므로 반드시 주치의와 상담 후 복용량을 조절해야 합니다.
- 에스트로겐 민감성 질환: 밀크씨슬의 일부 성분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할 수 있습니다.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유방암 등 호르몬에 민감한 질환을 앓고 계신 분들은 피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5. 간수치를 낮추는 근본적인 생활 습관 개선법
영양제는 보조 수단일 뿐입니다. 간수치를 정상화하고 건강한 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생활 습관 교정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첫째,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금주입니다. 알코올은 간을 손상시키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간수치가 높다면 단 한 잔의 술도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체중 감량과 식단 관리입니다. 비알콜성 지방간은 탄수화물과 당분의 과다 섭취가 주원인입니다. 정제 탄수화물(밀가루, 설탕 등)을 줄이고 신선한 채소와 양질의 단백질 위주로 식사하세요. 셋째,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입니다. 하루 30분 이상의 걷기, 달리기, 수영 등은 간에 쌓인 지방을 연소시키고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여 간 건강을 회복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6. 자주 묻는 질문 (Q&A)
Q1. 우루사와 밀크씨슬을 같이 먹어도 되나요?
A. 네, 같이 드셔도 무방합니다. 두 영양제는 작용 기전이 다릅니다. 우루사(UDCA)는 간 내 담즙 분비를 촉진하여 독소를 배출하고 소화를 돕는 데 특화되어 있고, 밀크씨슬(실리마린)은 활성산소로부터 간세포를 보호하고 재생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피로 회복과 간 기능 개선을 위해 두 가지를 병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단, 과용량 섭취는 주의하세요.
Q2. 밀크씨슬은 언제 먹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가요?
A. 일반적으로 식후 복용을 권장합니다. 밀크씨슬은 흡수율이 다소 낮고 위장 장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공복보다는 식사 직후에 물과 함께 복용하는 것이 위 부담을 줄이고 체내 흡수율을 높이는 데 좋습니다. 하루 중 언제 먹어도 큰 상관은 없지만, 일정한 시간에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Q3.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셨는데, 오늘 아침에 밀크씨슬을 두 알 먹어도 될까요?
A. 권장하지 않습니다. 폭음 후 간은 이미 알코올을 해독하느라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과부하가 걸린 상태입니다. 이때 영양제를 과다 복용하면 간이 처리해야 할 대사 물질이 늘어나 오히려 간에 더 큰 무리를 줄 수 있습니다. 정해진 일일 권장량(보통 실리마린으로서 130mg 전후)만 지켜서 드시고, 숙취 해소에는 수분 섭취와 휴식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7. 마무리 정리
요약하자면, 간수치가 약간 높은 상태에서의 밀크씨슬 복용은 간세포 보호와 피로 회복에 훌륭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간수치가 비정상적으로 턱없이 높거나 급성 간 질환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득보다 실이 훨씬 크며,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건강검진에서 간수치 이상 소견을 받으셨다면, 인터넷으로 영양제부터 결제하기 전에 반드시 가까운 내과나 가정의학과를 방문하여 혈액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진단받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의사의 정확한 진단 하에 식이요법, 운동, 그리고 적절한 영양제 섭취를 병행한다면 분명 건강한 간을 되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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